카테고리 없음 / / 2022. 11. 13. 05:20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줄거리, 가족 부양이라는 사회 문제, 원작 소설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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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줄거리: 가족은 짐이지만 살아가는 힘이 된다
2. 가족 부양이라는 국가 책임
3. 영화와 원작 소설 비교

사진 출처 : '길버트 그레이프' 포스터

1. 줄거리: 가족은 짐이지만 살아가는 힘이 된다

전체 인구가 천 명이 조금 넘은 작은 마을에 사는 길버트는 한 가족의 가장이다. 길버트는 식료품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며 박봉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린다. 길버트의 가족들은 평범하지 않다. 길버트의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7년 동안 집안에만 틀어박혀 소파에서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지내다 몸무게가 20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지경에 이른다. 서른네 살의 누나는 집안일에 치여 지칠 대로 지친 상태이며 열여섯 살 여동생은 한참 사춘기를 지나는 중으로 매우 반항적이다. 막냇동생인 어니는 집안의 가장 골칫거리로 높은 곳만 보면 올라가려고 해서 늘 소동을 일으키는 지적장애인이다. 길버트는 가족들의 굴레에 매여 가장의 역할을 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마을에 길버트와는 정반대인 소녀 베키가 등장한다. 베키는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녀는 차가 고장 나서 길버트가 사는 마을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길버트는 자신과는 다르게 미국 여기저기 안 다녀본 곳이 없는 베키의 자유로운 삶에 매력을 느끼고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베키 또한 동생 어니를 돌보는 길버트의 따뜻한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베키의 등장에도 길버트의 삶은 여전히 가족들에게 묶여있다. 베키가 길버트에게 뭐가 되고 싶으냐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길버트는 가족에게 필요한 것만 잔뜩 이야기한다. 답답한 길버트의 삶은 어니의 열여덟 번째 생일을 기점으로 변화를 맞이한다. 의사가 열 살까지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도 했던 어니는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베키는 어니의 생일날 다시 트레일러를 타고 마을을 떠난다. 은둔 생활을 하던 어머니는 어니의 생일 파티 후 7년 동안이나 올라가지 않았던 2층 침대로 올라가고 그곳에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다. 길버트는 어머니의 시신이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지 않도록 집과 함께 시신을 태운다. 1년 뒤, 누나와 여동생은 취업과 학업으로 제 갈 길을 가고 길버트와 어니는 다시 돌아온 베키의 트레일러를 타고 떠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2. 가족 부양이라는 사회 문제

내가 길버트의 입장이 된다면 나는 과연 우리 가족을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해보았는데 아마 내가 만일 길버트와 같은 상황에 부닥친다면 나도 길버트처럼 가족들을 책임졌을 것 같다. 가족을 돌보는 삶은 매우 힘들겠지만, 가족들을 버리고 떠나면 죄책감으로 더욱더 힘든 삶을 살 것 같다. 나에게 가족이란 존재는 죽을 때까지 기쁨과 슬픔을 함께 지고 가는 운명공동체이다. 가족을 떼놓고 나를 생각할 수 없고, 가족들에게도 내가 그런 존재일 것이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삶에 대해 많이 조명되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그들의 어려움은 그냥 어렵다는 말로 단순히 표현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일상의 반복이었다. 이 영화가 개봉한 지 벌써 수십 년이 지났고 우리 사회도 가족 돌봄이라는 문제에 많은 사회적 인식과 제도 변화가 있었지만 구석구석 그 면면을 살펴보면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사회적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해서 지금도 어딘가에는 길버트 그레이프처럼 가족을 돌보면 사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3. 영화와 원작 소설 비교

1993년 개봉한 길버트 그레이프는 영화 각본의 쓴 피터 헤지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와 소설 제목이 길버트 그레이프로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지만, 원제는 'What's Eating Gilbert Grape'이다. 해석하면 '무엇이 길버트 그레이프의 삶을 갉아먹는가'이다. 원제를 알고 너무 적나라해서 제목으로는 부적절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책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나중에 읽었는데 영화와 소설을 비교하자면 영화는 따뜻한 느낌이라면 소설은 냉소적이다. 소설을 영화화한 한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이 영화에는 소설의 많은 내용이 생략되었다. 소설 속 길버트 그레이프는 영화에서보다 더 유머 있고 지혜가 있는 청년이다. 소설을 읽고 난 뒤 조금은 우울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화면을 통해 보는 것보다 글로 읽으면 좀 더 내 생각을 반영하게 되고 내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길버트 그레이프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길버트의 냉소적인 시각과 독백을 읽으면서 그가 얼마나 답답할까 안타까웠다. 피터 헤지스의 문체가 직설적이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라서 더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느낌을 좀 다르지만 영화를 감명 깊게 본 사람이라면 소설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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